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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15.

해방70주년기념전시회 <전쟁에서 평화로 과거에서 미래로 : 일본군 '위안부', 역사적 진실과 정의> (2015. 6. 15 - 6. 21 / 국회 의원회관)


2015년 저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해방70주년기념전시회
전쟁에서 평화로
과거에서 미래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적 진실과 정의

입니다.


기획 : 동북아역사재단
          난징대학살희생자기념관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집필 : 김은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연구교수)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박정애 (동국대학교 대외교류연구원 연구교수)
          난징대학살희생자기념관

전시기획 : 문호경 (독립 큐레이터)


전시디자인 : (주)커뮤니케이션 우디



작년 9월부터의 오랜 준비,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력, 다양한 주장과 의견만큼이나 여러 가지 갈등과 오해, 그리고 인내와 화해로 점철된 작업입니다.

주제의 무게감과 함께, 저 개인적으로도 긴 침묵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면서 만든 전시이기에 마음이 복잡하네요.

함께 만드느라 고생해주신 김은경 선생님, 남상구 선생님, 박정애 선생님, (주)커뮤니케이션 우디 가면정 대표님&김은정 대표님&김은화 디자이너, 코라싸인 박윤석 대표님, 휴 매니지먼트 장상욱 대표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문호경

2014. 6. 6.

전용일 금속공예전 <사물의 자리> (2014. 6. 5 - 6. 25 / 갤러리 메종르베이지)


전용일 금속공예전 <사물의 자리>
2014. 6. 5 - 6. 25 / 갤러리 메종르베이지


최근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의 소장 작품 목록에까지 이름을 올린, 금속공예가 전용일의 <사물의 자리> 입니다.

정갈하면서도 위트 있는 작품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전시회입니다. 오롯이 외투가 걸려 있는 옷걸이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울컥해지기까지 했으니까요.

공예계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이슈들을 고민하면서,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무엇보다 공예인으로서 자신의 신념과 태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의 '작가 노트'는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만듭니다.

조용한 아침, 다시 가서 보고 싶은 전시입니다.


ⓒ 사물의 자리 2014


"여기 30여점의 작품은 주로 손과 손도구로 제작한 공예품이다. 나무를 사용한 몇 점을 제외하면 모두 구리, 구리합금, 은 등 비철금속의 판재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금속판을 성형하는 판금기술이 이들 작업의 중심에 있다. 금속 평판을 망치와 모루(받침쇠)를 사용해 늘여 변형하고, 매끄럽게 고르고, 이들을 서로 이어 붙여 입체의 외피를 만들거나 열린 형태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얼개이다. 금속판을 점진적으로 변형하기 위해 수없이 반복하는 망치질은, 마치 점묘를 통해 서서히 형상을 드러내는 회화 작업과 유사하다. 또한 성형한 각각의 형상을 정교하고 수리적인 접합을 통해 공간 구조물로 구현하는 과정은 한 채의 집짓기와 닮아있다. 금속공예는 가장 얇은 벽으로 지은 건축물과 같다.

이들은 심미성을 앞세운 미술품이면서 동시에 생활공간에서 사용하는 일상 사물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보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접촉하고 사용하는 대상이다. 사물 속에서 심미성과 기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일은 어렵고도 흥미롭다. 이 과정을 통해 작품 속에는 조화, 절제, 함축이라는 미덕이 담긴다. 기능에 대한 고려가 표현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실마리가 되는 경우에 내 작업은 투명하고 명쾌해진다. 자유지상주의자라면 공예가나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 나는 사용과 무관한 미술품 속의 아름다움도 즐기지만, 기능적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사물이 한층 경이롭다. 이들 속에서 종종 시적 함축성을 발견한다. 보는 그림, 읽는 책보다 중요한 것은 내 손으로 쥔 숟가락이나 아내의 손이다.

사물도 자리가 필요하다. 여기 있는 작품들은 갤러리 보다 일상의 생활공간에서 빛을 발하도록 의도된 것들이다. 이들 공예품은, 자리가 바뀌어도 크게 의미가 변하지 않는 자율적인(혹은 순수한) 미술품과 다르다. 공예품은 다른 사물들과 포개진 채 삶의 공간에 자리를 잡고 시간이 경과할수록 서서히 의미를 드러낸다. 현란한 시각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우리 시대의 미술관, 현실과 격리된 화이트큐브 속에서 많은 공예품들이 존재론적 딜레마를 겪는다. 또한 이런 연유로 인해 공예가 변하기도 한다. 이벤트와 퍼포먼스에 골몰하고 실물보다 이미지를 앞세우는 동안, 사물의 자리는 애초 작품의 의도 속에 포함되지 못한다. 사람이 그렇듯 사물도 자리가 필요하다."

- 작가 노트




 






 ⓒ 문호경

2014. 5. 27.

DDP 개관 기념 특별 전시회 <동대문 사랑 디자인 : 내가 사랑하는 사람> (2014. 5. 1 – 6. 1 / DDP)


DDP 개관 기념 특별 전시회
<동대문 사랑 디자인 : 내가 사랑하는 사람>
DDP (Dongdaemun Design Plaza) Opening Programme
<Who I Love : Designing Love in Dongdaemun> (Seoul, South Korea, 2014)


일시 ㅣ 2014. 5. 1 – 6. 1
장소 ㅣ DDP 배움터 디자인둘레길
주최 ㅣ 서울특별시
주관 ㅣ (재)서울디자인재단
기획 및 디자인 ㅣ (주)한컴, (주)얼트씨
사진 및 글 ㅣ 프로젝트 그룹 EAN (양성윤, 차상봉, 유영민, 전석병, 문호경)


1960년대 ‘전태일’로 상징되는 평화시장 개장, 채석장에서 봉제 공장 동네로 탈바꿈한 창신동, 1970년대 개장한 알록달록한 완구시장, 1980년대 골동품 시장으로 자리 잡은 황학동, 새로운 밀레니엄 1년 전 개장한 패션의 꿈 ‘두타’, 청계천의 풍물시장 사람들, 2000년대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몽골인과 중앙아시아 사람들 그리고 동대문운동장 자리를 차지한 DDP. 동대문과 동대문시장 속에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흔적들과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이야기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동대문 사랑 디자인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동대문 지역에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진 영상 전시회입니다. 동대문 패션을 이끄는 스무 살 여성 디자이너부터 황학동을 지켜온 여든 살 어르신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힘과 희망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1. 광장시장 : 알록달록한 사랑
 2. 평화시장 헌책방 :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사랑
 3. 청계8가 풍물시장 : 풍물박사의 사랑
 4. 동대문 패션타운 : 패션디자이너 새벽 사랑
 5. 동대문 완구거리 : 어린이 꿈 사랑
 6. 황학동 도깨비시장 : 서울보물창고 사랑
 7. 창신동 : Made in 창신동 사랑
 8. 방산시장 : 제각각의 사랑
 9. 몽골타워와 중앙아시아촌 : DDM 사랑
10. DDP :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대한 사랑

http://ddpop.net/?page_id=84




ⓒ Who I Love : Designing Love in Dongdaemun, photos by 문호경

2014. 4. 6.

고희승 장신구 전 <흔적 옮기기> (2014. 4. 16 - 4. 27 / 갤러리 아원)


고희승 장신구 전 Heeseung Koh Art Jewelry
흔적 옮기기 Evoking Traces

2014. 4. 16 수 - 4. 27 일 / 갤러리 아원
전시 오프닝   4. 16 수 5pm
작가와의 대화   4. 19 토 4pm - 6pm
문의   02 735 3482  www.ah-won.com


ⓒ Heeseung Koh 2014


"... 거리의 사물은 무척이나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비바람에 의해 또는 불특정한 자극에 의해 파손된 흔적을 품고 있다. 때로는 제때 치료받지 못한 상처처럼 흉물스럽게 보이지만, 그러한 흔적들은 매력적인 도시의 질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계획적이거나 의도하지 않은 망가짐, 영구적인 또는 임시방편적인 고침의 반복으로 거리의 사물들은 예기치 않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작가의 글 중에서)


장신구 작가 고희승의 다섯 번 째 개인전 흔적 옮기기에서는, 일상의 사물을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또한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 장신구 읽는 오후를 마련하여, 작가 고희승과 북칼럼니스트 박사와 함께 장신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 작가와의 대화 참가 신청  evokingtrace@naver.com


curating      Heeseung Koh, Hokyung Moon
translation  Colin Thorpe
photo          KC studio
artwork       designsagang
print            Topprocess









ⓒ Heeseung Koh Art Jewelry <Evoking Traces>, photos by 문호경

2014. 2. 25.

2014년 첫 번째 전시회 관람


'전시회 관람'은 나에게 일이자 공부이며 특기인 동시에 취미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어떤 전시회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기대했던 전시 내용이 영 후져서 실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음악 소리 큰 카페에서 수다 떨듯이 전시장이 떠나가라 대화를 주고받는 관람객, 성인도 이해하기 힘든 미술전시회에서 말도 아직 잘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 큰 목소리로 작품을 설명하는 부모, 개별 관람객의 평화롭고 고요한 작품 감상을 마이크 음성으로 방해하는 전시 도슨트 및 단체 관람객 인솔자, 지나친 통제로 전시장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드는 전시 안내원, 일관성 없는 사진 촬영 기준으로 헷갈리게 하는, 심지어는 외국인(허가)과 내국인(불허)을 차별하기도 하는 갤러리 스텝 등 전시 관람을 둘러싼 다양한 종류의 '예의 없는' 인적 장애물들 때문에, 나는 자주 당황스럽고 종종 화가 치밀어 오른다.

또한 전시 설명문의 오탈자, 글자 크기가 지나치게 크거나 또는 작아서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그리고 너무 높거나 멀리 붙어 있어서 도저히 볼 수 없거나 아님 너무 낮은 위치 때문에 매번 허리까지 숙여 읽어야 하는 작품 캡션(이름표), 작품의 재료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밝게만 비추는 조명, 임시 전시 공간일 경우 원래의 바닥(주로 대리석)을 보호하겠다는 취지하에 막무가내로 펼쳐 깔고 투명 테이프로 덕지덕지 이어 붙인 펠트지 등 '기본도 모르는' 물리적 전시 환경은, 짜증을 넘어서 아예 관람 의욕을 잃게 만든다.

오늘, 올 해들어 처음으로 미술관에 갔다. 그동안 게으름을 피우며 미뤄두었던 전시들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느 전시는 사진 촬영 허용, 다른 전시는 휴대폰 사진 촬영만 가능, 또 다른 전시는 아예 사진 촬영 금지 등 각각의 전시실마다 사진 촬영 허용 기준이 달랐다. 애써 만든 '기획전'을 보호하기 위해(하긴 요즘에는 작품은 물론 전시 디자인도 표절 대상이 되니까)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고 치자. 그러면 '상설전'에 전시 중인 작품은 중요하지 않으니,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말인가? 그래, 여기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정말로 놀라웠던 것은, 소형 디지털 카메라(일명 '똑딱이') 사용은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휴대폰 촬영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한 전시실의 촬영 방침이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국내에서 정식 발매되는 모든 휴대폰은, 내장 카메라가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진 촬영 시 의무적으로 일정(65데시벨) 이상의 카메라 셔터음을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어떤 이는 소리가 안 나는 어플을 별도로 구입하거나, '루팅'이라는 번거로운 작업을 통해 '무음 카메라'를 스스로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연신 '찰칵'대는 소리를 내며 관람 분위기를 망치는 휴대폰 카메라 촬영은 괜찮고, 반면 소리 없는 똑딱이는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니! 작품 재료의 손상 예방 및 작품 이미지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모든 사진 촬영을 금지하던가 해야지, 찍은 즉시 SNS에 올려 순식간에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게다가 우리나라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얼마나 고화질인데) 휴대폰 촬영은 권장하고 똑딱이 사용은 안 된다는 미술관 지침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오늘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든 것, 바로 전시 안내원(및 자원봉사자)의 '의자' 때문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던 나는, 곳곳에 놓여 있는 하얀 의자들 위에서 흰색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방석인가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그림이나 액자 포장 시 사용하는 종류의 스티로폼 이었다. 어떤 의자에는 얇은 것 한 장이 있었고, 얇은 것과 다소 두께가 있는 것 두 종류가 놓인 의자도 있었다.

그 정체가 하도 궁금하여 전시 안내원 한 명에게 물어 보니, 충격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전시장이 너무 추워서요. 플라스틱 의자라서 겨울에는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이렇게 스티로폼이라도 깔아 둔거예요. 왜요, 혹시 보기 싫으세요?"

최신식 설비로 '작품을 위한' 항온항습이 설정된 전시장 안에서, 작품 관리 및 안내의 최전선에서 수고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방한 장비는 다름 아닌 얇디얇은 포장용 스티로폼 이었다. 전시된 작품에 방해되지 않게 전시장 벽면이나 기둥 한 쪽 구석에 놓여 있는 흰색의 플라스틱 의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혹여 관람객들 시야에 거슬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존재감을 숨기고 있는 하얀색 스티로폼 포장지.

누군가는 나에게 너무 피곤하게 살지 말라고 한다. 그냥 편하고 즐겁게 지내라고 한다. 내 삶의 낙인 '전시회 관람'에서 오늘 같은 일들을 겪으면, 평소 나의 장점으로 발휘되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민한 감수성이 솔직히 나조차 원망스럽다.

나에게 전시회 관람은 신나고 행복한 경험이자 꿈이며, 때로는 불편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14년 내가 첫 번째로 관람한 전시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의 초라한 민낯이었다.

ⓒ 문호경

2013. 9. 16.

오메 어찌까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기념 특별기획전 <만물상 - 사물에서 존재로>
광주시립미술관 / 2013.9.3 - 11.10

......

"좋은 인연을 못쓰게도 맨들고
안좋은 인연을 좋게도 맨들고
그거이 사람 허기 달렸어"

이진경, 오메 어찌까, 시트지 / 가변설치 / 2013



 이진경, 오메 어찌까, 2013 ⓒ 문호경


2013. 7. 26.

"홍콩의 디자인 체어, 세계인과 만나다"


지난 5월 '아트 바젤 홍콩'에서 관람/경험했던 <홍콩 디자이너 체어 살롱: 전망 좋은 의자들 Hong Kong Designer Chairs Salon: Seats with a View>에 관한 짧은 리뷰.

최근의 아트 페어에서 볼 수 있는 트렌드 중 하나인 '디자이너 의자'로 이루어진 휴식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금 늦더라도 꼭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었는데, 다행히 디자인정글에서 기회를 주셨다.

고맙습니다, 길영화 & 정은주 기자님!


* 디자인정글 기사 웹사이트:
http://magazine.jungle.co.kr/cat_magazine_special/detail_view.asp?pagenum=1&temptype=5&page=1&menu_idx=141&master_idx=15543&main_menu_idx=46&sub_menu_idx=47

'아트 바젤 홍콩'의 <홍콩 디자이너 체어 살롱: 전망 좋은 의자들> ⓒ 문호경

2013. 4. 24.

소피 칼: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Sophie Calle: Qù et Quand?)


인류 역사 이래 '사랑'과 '이별'만큼 우리 인생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건 사고가 또 있을까? 누군가를 만나고, 호기심을 갖고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고, 사소한 계기로 인하여 푹 빠져들어 커져버린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며 끙끙대고, 그러다가 내가 상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로 괴로워하고,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가도 자존심과 부끄러움에 망설이며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가 상대방 역시 내 마음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의 그 짜릿함! 그의 고백을 처음으로 들으면서 느끼는 설렘과 환희!!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사랑하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오만가지 즐거움을 맛보고 나면 반드시 이별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헤어지자는 통고를 받고(때론 내가 먼저 끝내자고 해 놓고서) 그 사람과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우아하게 마음을 정리하기보다 "쿨 하지 못해 미안해"를 외칠 수밖에 없는 찌질한 상황이 사실 우리에게는 더 많다. 나 역시 그의 호출기에 녹음된 다른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씁쓸한 기분을 맛봐야 했고, 미니 홈피에서 그의 근황을 한동안 추적하기도 했으며, 폭언 후에 밀려오는 후회와 자책감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함께 찍었던 사진을 차마 버리지 못해 따로 보관해 두기도 했고(물론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면 어디에 두었는지조차 잊어버리지만), 주고받은 편지와 이메일, 각종 선물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해야 했으며, 그와 함께 했던 행동반경에서 빠져 나와 나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했다. 한 마디로 내 안에 새겨진 그가 무뎌지고 희미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곰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하며 마늘과 쑥으로 연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고통 그 자체이다.

그런데 여기, 저 멀리 구라파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이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관한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으니, 다름 아닌 나의 이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보자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소피 칼Sophie Calle(1953~)의 <Prenez soin de vous>라는 작품은, 자신의 파트너(우리나라의 남자/여자 친구 또는 애인 보다는 더 친밀한 관계로, 혼인 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아니지만 법률적/사회적으로 보장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사람)가 헤어지면서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을 가수, 무용수, 기자, 판사, 외교관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107명의 여성들에게 보여주고 각자의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이용해서 그 이메일을 해석하도록 한 것이다.

Sophie Calle, Take Care of Yourself, 2009, exhibition <Sophie Calle: Talking to Strangers> in Whitechapel Gallery, London ⓒ 문호경


작품 제목 <잘 지내기를 바래요>는 소피의 파트너가 보낸 장문의 이메일의 맨 마지막 문장에서 따온 것인데, 소피는 과연 이 '잘 지내요'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고 한다. 정말 나랑 헤어지자는 것인지 아님 지금은 잠시 떨어져 있게 되지만 다시 나랑 잘 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의 메시지인지 이 '헷갈리는' 문구를 작품의 제목으로 삼아, 다양한 여성들이 이별 편지를 읽고 그것에 대해 각자 반응한 것을 기록한 이 작품은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9년에 <Take Care of Yourself>라는 영어판으로 다시 제작되어 영국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 <Sophie Calle: Talking to Strangers> (2009.10.16-2010.1.3)에서 소개되었고, 올 해 우리나라에서도 313 아트 프로젝트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본래 이 작품은 그래픽,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기록/표현된 여성들의 107가지 반응을 볼 수 있는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당시 런던에서 살고 있던 나는 이 작품의 '완전한' 상태를 볼 수 있었다. 발레 동작으로 몸을 풀면서 편지를 읽어나가거나 편지를 노래로 부르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방안을 서성이면서 편지를 읽거나 편지를 읽는 도중에 울어 버리고 심지어는 박박 찢어버리는 여성들까지, 소피 칼의 이별 편지 해석(또는 해독) 작업에 초대된 여성들은 자신의 직업적 개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보편적 여성으로서 다른 여성이 겪은 이별에 대한 공감의 반응을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운 좋게도(?) 나 역시 그즈음 실연의 상실감과 황망함으로 인해 어서 빨리 괴로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차였는데, 수십 개의 모니터가 보여주는 여성들의 태도와 반응을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작품 속 여성들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나를 대신해서 슬퍼하고 분노하며 절망하고 미련을 떨다가도 툭툭 털며 일어나 주었고, 연애에 관해 일가견이 있는 나조차도 미처 깨닫지/한 번도 해보지 못한(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이별에 대처하는 기발한 방법들을 몸소 실천해주고 있었다. 특히 전시된 작품 중 한 여의사의 진단은, 마치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려 기어가다시피 겨우 찾아 간 병원에서 맞은 한 방의 주사처럼 내 마음에 쏙 들어와 나를 어루만져 주었다.

"아니오, 저는 당신에게 항기능저하제를 처방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당신은 그냥 슬픈 겁니다.
고통을 주는 사건은 반드시 상처를 입히지만, 약물에 의한 해결이 적절한 해법은 아닙니다.
저는 당신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기에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고 확신하며, 당신이 행동하고 반응할 수 있는 방책을 당신 안에서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ophie Calle, Take Care of Yourself, 2009, exhibition <Sophie Calle: Talking to Strangers> in Whitechapel Gallery, London ⓒ 문호경


이번 한국 전시회에는 프랑스 정보부 직원, 탈무드 해석학자, 그래픽 디자이너, 치프 서브에디터, 출판 에이전시, 동화작가, 유엔 여성인권 전문가 등 총 7명의 여성이 해석한 작품밖에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물론 이번 전시회가 <잘 지내길 바래요>만을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전시장의 규모/비용/작품의 판매가능성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해서 몇 작품만을 골라 전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잘 지내길 바래요> 작품은 단지 위트 있는 위로 한마디("비겁한 건가, 숭고한 건가")나 타인의 이별에 대한 반응을 단순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별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철학적 해석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든 과정의 총체적인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한 개인의 트라우마가 보편성을 획득했을 때 얼마나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공감을 통해 생성된 에너지가 다시 또 다른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관람객이 자신의 모든 감각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소피 칼의 기념비적인 작품임을 감안할 때, 이번 한국에서의 전시회는 '맛보기'라고 양보하기에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는 곧 '전시의 완결성'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비단 이번 소피 칼 전시에서만 발견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기회에 다시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것 같다.

한국 전시회에서는 작품 사진 촬영이 허가되지 않아 외부 건물 사진 한 장만 찍을 수 있어서, 2009년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전시회 때 사진과 자료들을 오랜만에 살펴봤다. 덕분에 나도 간만에 그 시절을 쿨하게(!) 떠올려 본다.

Sophie Calle, exhibition <Sophie Calle: Qù et Quand?> in 313 Art Project, Seoul, 2013 ⓒ 문호경


* "전시에 대한 높은 관심에 호응"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전시회가 5월 10일까지로 연장되었단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시간 내서 한 번 보시길.


*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소피 칼과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