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30.

과자 봉지에 담긴 가르침


봉지 과자 패키지의 품격을 올린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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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가 너에게 정답을 강요하지만,
정답? 그런건 없어. 답은 언제나 너에게 있어.
가끔씩은 있는 그대로 즐겨.
조금 삐뚤어져도 돼.
삐뚤어지더라도 언젠간 세상과 교차할거야.
뛰는 너의 가슴이 움직이는대로 따라가봐.
지금 너의 가슴은 뛰고 있니?"

롯데제과 도리토스 나쵸치즈맛 포장봉지 (뒷면) ⓒ 문호경

2013. 6. 26.

On My Writing


Whenever I write something, I always ask. "What do you write for?"

Gathering hints / mapping and analysing features / building up pictures and stories are complex and time-consuming processes, and sometimes too much information and experience make me feel confused.

However, after finishing the hard work I can be proud of myself and have the energy to explore new territory.

I do hope my writing will be well worth the effort and valuable contribution to someone, even one person.

A week has gone with a draft...

2013. 6. 10.

제13회 서울LGBT영화제 '장국영 추모 특별전': <천녀유혼 (A Chinese Ghost Story, 1987)>, <영웅본색 (A Better Tomorrow, 1986)>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두었던 일, 6월이 가기 전에 완성해야 할 원고, 밀린 이메일 답장, 그리고 새로운 일거리(놀거리?) 마련을 위한 사람들과의 만남 등으로 분주한 가운데, 내가 요즘 즐기는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영화 관람이다.

거의 일주일에 한 편씩 그것도 영화관에 직접 가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또는 IPTV 등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 화면 속 공간과 소구 배치, 극적 효과를 살리는 음악 등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나의 모든 신체 감각을 동원해서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느낄 때 얻게 되는 희열과 감동이란 영화관에서만 얻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특히 보고 싶은 영화일수록 시간과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극장에서 보는 편이다.

지난 주말동안 영화 <천녀유혼>과 <영웅본색>을 극장에서 관람했다. 1987년에 국내에서도 개봉한 이 두 영화는 우리나라 남성들(특히 남학생들) 사이에서 영화를 몇 번 봤는지 경쟁하게 하고, 극장에서 내려진 후에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대기자 목록까지 만들어 내면서 1980년대 후반 홍콩 영화의 국내 인기 몰이의 시작을 알린 작품들이다. 특히 최가박당 및 성룡식 홍콩 영화와 달리, <첩혈쌍웅 (1989)> <열혈남아 (1989)> <지존무상 (1989)> <천장지구 (1990)> <무간도 (2002)> 등으로 이어지는 '홍콩 느와르 (Hong Kong Noir)'라는 새로운 홍콩 영화 장르의 포문을 연 작품으로 <영웅본색>을 꼽는 것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천녀유혼>과 <영웅본색>은 이후 각각 3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어 일종의 브랜드로서 여성(성)/남성(성)에 대한 '로망'을 심어주면서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 들였는데, 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출연 배우들 때문이었다. 바로 왕조현, 장국영, 주윤발!!!

2003년에 세상을 떠난 장국영을 추모하기 위해 이번 제13회 서울LGBT영화제(2013.6.6-6.16, 서울아트시네마/KU씨네마테크 http://www.selff.org)에서 특별전 형식으로 한 회씩만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부리나케 달려가 표를 예매했다. 금요일부터 상영이 시작된 장국영 영화 가운데 <천녀유혼>과 <영웅 본색>은 나 역시 비디오테이프로 수없이 보았고 특히 <영웅본색>은 3편까지 아예 비디오 CD를 구입해서 소장까지 하고 있지만, 1987년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관람을 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 영화들을 '시네마 키드'인 내가 왜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했는지 지금에 와서 유추해 보면, 당시 개봉관이었던 서울의 아세아극장(천녀유혼), 화양/대지/명화극장(영웅본색)이 '후져서' 극장에서 이 영화들을 안 본 것이 아니라, 아마도 흥행 성적 저조로 인해 빨리 간판을 내려야 했고 삼류 극장으로 넘어오고 나서야 입소문을 타고 이 영화들이 인기를 얻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내가 처음으로 '공유 재산'의 개념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의 학교 친구들과 함께 돌려 보던 비디오테이프 때문이다!)

드디어 극장 안 조명이 꺼지고 시작된 이 두 편의 '고전 영화'는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배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다시금 상기키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서늘한 미녀 귀신 섭소천과 명랑 순수한 청년 영채신의 애틋한 사랑(천녀유혼), '조직'의 질서와 냉정함을 바탕으로 한 사나이들의 의리와 형제애(영웅본색)는 여전히 강렬하게 내게 다가왔다. 왕조현과 장국영의 '목욕통' 장면의 2차원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즉 왕조현의 벗은 상반신 앞면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화면의 측면에서 몇 번이고 봤다는 친구의 안타깝고 어이없는 고백이 얼토당토하지가 않았던 것은, 당시 소천 역의 왕조현은 정말로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여신 그 자체였다. 오죽하면 내가 영화 속 왕조현의 모습을 노트에 그려놓기까지 했을까. 무엇보다 영채신 역 장국영의 상큼 발랄함은 반짝 반짝 빛을 내면서 나로 하여금 '호러 사극' 영화를 즐기면서 볼 수 있도록 해 주었으니, 어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천녀유혼> (1987, 감독: 정소동) ⓒ 제13회 서울LGBT영화제

<영웅본색>의 '오빠'들은 또 어떠한가. 집에서나 직장(국제 위조지폐 조직)에서나 언제나 '큰 형'이었던 자호(적룡)와, 형을 좋아하고 그만큼 형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자걸(장국영), 자호와의 우정을 몸소 실천하는 마크(주윤발)는, 의리에 죽고 사는 남자들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상화시켜 보여주었다. 주윤발의 '성냥 씹기' 한 번 안 해본 친구들이 없었고, 그의 '라이터 불 먹기'는 당시 좀 논다는(?) 친구들이라면 죄다 따라 해보는 진기명기였다. 또한 영화 대사들은 일종의 경전처럼 여겨지면서 쉬는 시간 교실 뒤에서 친구들끼리 영화 속 장면들을 단막극으로 연기할 수 있을 정도로 웬만한 아이들은 줄줄 외우고 다닐 지경이었다. 형에 대한 애증에 힘겨워하는 장국영에게 "형제란..."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죽어가는 주윤발을 보면서 폭풍 눈물을 쏟지 않았던 사람이 과연 있을까? 게다가 장국영이 불렀던 영웅본색(이번에 상영한 1편) 주제가 '당년정'은, 홍콩 사대천왕인 곽부성, 장학우, 유덕화, 여명이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그해 홍콩 금장상 시상식에서 부르고 난 후 그의 추모곡이나 다름없게 되었으니 이번에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도 짠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영웅본색> (1986, 감독 오우삼) ⓒ 제13회 서울LGBT영화제

그 시절 그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며칠째 같은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몇 몇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아마도 그들 모두 나와 같은 느낌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영화가 슬퍼서 눈물이 핑 도는 게 아니라, 식어버린 세 번 째 도시락을 먹어가며 심야까지 버텨야 했던 정말 지루하고 삭막했지만 그 안에서조차 매일 매일의 즐거움을 추구했던, 그 아름다웠던 하지만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기억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한참동안 마구 솟구쳐 오르는 것을, 자신의 몸과 마음이 일렁이며 시간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을 그들 역시 체험했을 것이다.

나는 영화를 (특히 극장에서) 다시 보는 경험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능력은, 장소와 시간의 특정성이 만들어내는 '호출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그 곳'에서 '그 때'에 '그 영화'를 보았던 행위는 제한된 조건들의 교집합이라는 희소성으로 인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나 자신을 불러내어 그 당시의 나로 되돌려 놓는 힘을 가진다. 마치 옛날에 살던 집이나 다니던 학교를 지날 때 어린 시절의 가족, 친구 등에 대한 생각이 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당시 나의 모습, 내가 했던 고민과 겪었던 각종 사건 사고 등이 순식간에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명불허전'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모자란 이 두 영화는 26년 전이라는 오래되고 희미해진 시간의 퍼즐을 맞춰 보겠다는 나의 바람과 계획이 쓸모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기억이라는 것이 대부분 파편화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어떤 기억들은 조각조각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나의 머릿속, 몸속 어딘가에 조용히 숨어있을 뿐이다. 그리고 영화는 매우 기능이 뛰어난 타임머신으로, 나의 과거와 기억을 불쑥 꺼내 내 앞에서 선명하게 펼쳐 보여준다. 때로는 행복하게, 때로는 처절하게...


PS: 저 이번 주에도 두 편 더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 보는데요, 함께 보시게 될 관람객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드립니다.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가고 극장 불 켜지자마자 "ㅇㅇㅇ 완전 멋져" "ㅁㅁㅁ이 '갑'이야" "** 부분은 잘 기억이 안 났는데 이제 보니 생각나네" 등 영화 감상 코멘트는 조금만 있다가 하시면 안 될까요? 이번 '장국영 추모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작품들은 이미 수작으로 인정받은 작품들이구요, 낮 시간에(그것도 평일에) 영화관에 가서까지 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말씀드리자면 그런 멘트들은 영화 상영 후 이어지는 감동의 여운을 홀딱 깨트려 버리거든요. 게다가 이번 특별 상영은 '추모' 기념이잖아요. 우리, 조금씩만 서로를 배려해 주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