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3.

K대 M&J학과 대학원생들에게 (2)


'번역 연습' 두 번째 영어 원문에 대한 저의 해석입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제... 메리 크리스마스~


1983년 12월 20일, 오토 퀸즐리는 뮌헨 로트링거슈트라세에서 주목할 만한 퍼포먼스를 조직했다. 가게 창문 같은 역할을 하는 커다란 창 뒤 작은 방안에, 흥겹게 검은 색 옷을 차려입은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독일 1마르크 동전 200개로 만든 무거운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남성 역시 격식 있게 검은 색 의상을 입고 그녀 옆에 서 있었다. 그는 공식 스탬프가 찍혀 있는 골드 바 형태로 된 커다란 금 브로치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 브로치는 스위스 초콜릿의 포장지로 만든 것이었다. 장신구들에는 <더 스위스 골드 앤드 더 도이치마르크>라는 제목이 달렸다. 그 남성과 여성은 편안한 모임을 즐겼고, 담배를 피우고, 약간의 담소를 나누며, 음악을 듣고 샴페인을 마시면서, 창문 너머 그들 자신의 세상과는 분리되어 있었다. 인접해있는 빈 방에서, 방문객들은 모여 캔 맥주를 마셨다. 그들은 (장신구를 착용한) 남성과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남성과 여성은 방문객들을 쳐다보고 아마도 그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을 것이다. - 그 방들 간의 음향상의 접촉은 없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람객과 연기자들을 커다란 숍 윈도우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오토 퀸즐리가 작성한 기록물에서, 그는 자신이 방안에 들어갔을 때 그 남성과 여성이 있던 창문 가까이에서 방문객들이 지나가야 했고, 그것은 확실히 무서운 경험이라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이제 거리를 두려 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낮추고 멀리 떨어져서 그 남성과 여성을 은밀하게 힐끗 보고 있다. 네 개의 창이 그 큰 방에서 거리 쪽을 향해 나 있었다. 해질녘 어스름 아래에서, 보행자들은 방문객들을 보기 위해 멈춰 섰다.'

여기서 벌어진 일은, 보고 보이는 사람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위한 하나의 장면을 창조한 것으로, 이 일이 벌어지는 동안 내내 장신구는 단지 소소한 역할만을 수행했다. 물론 이 <더 스위스 골드 앤드 더 도이치마르크> 장신구들은 퇴폐, 게으름, 풍요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실제로 그 장면의 단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신구들은 전시에 출품된 실제 작품으로서 보다는 오히려 소도구로서 거기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작품 자체는 장신구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예술가의 말대로 '과시욕, 관음증, 가짜와 진짜, 리셉션, 소비주의적인 행태, 도덕적 개념의 변덕스러움, 착취, 허영과 환영'에 대한 것이었다.

이 설치의 마지막 단계로, 퀸즐리는 그 커플의 사진을 마치 공식적인 초상화처럼 찍었고, 그는 이후의 전시들에서 그 장신구들을 보여주고 판매했다. 초콜릿 포장지로 만든 <더 스위스 골드>는 약 10점 정도의 에디션으로 제작되었고, 200개의 진짜 독일 1마르크짜리 동전으로 만들어진 1.2 킬로그램의 <더 도이치마르크> 목걸이는 일품으로 제작되었다. 장신구는, 실제 예술작품이자 더 나아가 오직 일련의 사진, 글로 쓴 설명, 예술가가 만든 공식적인 초상화로만 기록되는 퍼포먼스의 유물로 보일 수 있다. 퀸즐리에 따르면, 그 초상사진은 오로지 두 번 또는 세 번 정도만 전시되었고, 실제로 그 사진이 속할 수 있었던 미술관이 결코 구입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Otto Künzli, The Swiss Gold and The Deutschmark, 1983, Collection of the artist ⓒ Otto Künzli


* prop [countable]
1. an object placed under or against something to hold it in a particular position
2. [usually plural] a small object such as a book, weapon etc, used by actors in a play or film
3. something or someone that helps you to feel strong

* exhibitionism [uncountable]
1. behaviour that is intended to make people notice or admire you - used to show disapproval
2. a medical condition that makes someone want to show their sexual organs in public places

K대 M&J학과 대학원생들에게 (1)


모두들 잘 지내고 있죠?
ONE-OFF 팀은 좋은 경험 많이 했구요? (주신 표로 지난주에 잘 보고 왔습니다. 못 만나서 아쉬웠어요.)
수업 끝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그동안 저와 함께 빡빡한 수업하느라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마지막 날 수업에는 전화기를 꺼두어서, 저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흐른 지(5시간은 제가 생각해도 쫌...) 몰랐답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적어 주신 강의 평가 내용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강의 전반은 물론 상세한 부분까지 적어 준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영어 연습 결과물들을 보면서는, 그동안 여러분이 번역 발표 준비를 하면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반항(?)없이 따라 와 줘서 고맙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 덕분에 짧고 빡센 공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밤새 준비한 내용들을 가지고 학교에 가는 길은 늘 설렘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사(史)' 수업이 아닌 관계로, 이러 저러한 현장 및 이슈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얇고 넓은 내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 전문은 원래 하나의 사안에 대해 요리 조리 깊게 파고드는 것인데 말이죠. 아무쪼록 우리들 수업 시간에 다루었던 다양하고 복합적인 내용들이 머지않아 여러분에게, 그리고 저에게도 유용한 실마리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참, 제가 마지막 시간에 발표한 주제와 관련해서 혹시 관심 있는 분은, 우리가 함께 읽었던 The Craft Reader 의 섹션 7 (특히 75번)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여러분이 제출한 소논문을 읽어 보니, '각주'를 사용한 사람이 몇 명밖에 없었습니다. 향후 논문 작성 시, 각주를 통해 직접 또는 간접 인용한 문구들에 대한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애써 준비한 내용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프**** 처럼 너덜너덜해지게 공격만 받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주어진 기회를 절대 함부로 써버리지 말라는 것과 여러분 자신을 믿으라는 이야기를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자리에서 여러분과 또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문 호 경




2013. 12. 3.

1만 시간의 법칙


지난 토요일에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13회의 제목인 '1만 시간의 법칙'은, 나정(고아라 분)에 대한 칠봉이(유연석 분)의 끈기 있는 구애 그리고/또는 그의 야구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상징하고 있다.

ⓒ <응답하라 1994> 13회/tvN

최근 진행한 강의에서 이 '1만 시간'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계산을 해보니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약 417일, 하루에 8시간 사용 시 1,250일(3.42년)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즉 최소 3년은 투자를 해 봐야 그 일의 향방을 알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모든 결과에는 3년이라는 절대 투입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수업 시 참고했던 부분을 적어본다. (그런데 과연 칠봉이는 언제까지 짝사랑을 계속 할 수 있을까?)


"All craftsmanship is founded on skill developed to a high degree. By one commonly used measure, about ten thousand hours of experience are required to produce a master carpenter or musician. Various studies show that as skill progresses, it becomes more problem-attuned, like the lab technician worrying about procedure, whereas people with primitive levels of skill struggle more exclusively on getting things to work. At its higher reaches, technique is no longer a mechanical activity; people can feel fully and think deeply what they are doing once they do it well. It is at the level of mastery, I will show, that ethical problems of craft appear...

어떤 분야든 장인의식은 고도로 숙달된 기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공통적으로 쓰이는 척도가 하나 있는데, 마스터 목공이나 마스터 연주자의 기량에 도달하려면 1만 시간가량의 실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로는 기량이 늘어감에 따라 실험 절차를 고민하는 실험실 조교처럼 문제를 보는 눈이 다채로워진다. 반면 초보 수준의 기능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해한다. 기능이 높은 단계에 도달해 일단 일이 원숙해지면, 자신이 하는 일을 느낌으로 알게 되고 일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다. 이렇게 높은 단계에서의 기술은 더 이상 기계적인 활동이 아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바로 이 숙달된 경지에서 장인이 하는 일에 윤리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As mentioned at the outset of this book, ten thousand hours is a common touchstone for how long it takes to become an expert. In studies of "composers, basketball players*, fiction writers, ice skaters,... and master criminals," the psychologist Daniel Levitin remarks, "this number comes up again and again."** This seemingly huge time span represents how long researchers estimate it takes for complex skills to become so deeply ingrained that these become readily available, tacit knowledge. Putting the master criminal aside, this number is not really an enormity. The ten-thousand-hour rule translates into practicing three hours a day for ten years, which is indeed a common training span for young people in sports. The seven years of apprentice work in a medieval goldsmithy represents just under five hours of bench work each day, which accords with what is known of the workshops. The grueling conditions of a doctor's internship and residency can compress the ten thousand hours into three years or less.

... 1만 시간은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통상적인 기준이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레비틴(Daniel Levitin)은 "작곡가, 농구선수*, 소설가, 빙상 스케이트 선수, 범죄의 대가를 연구해보면 이 1만 시간이란 숫자가 계속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1만 시간이라고 하면 얼른 생각하기에도 아주 길어 보인다. 이 숫자는 복잡한 기능을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몸에 배게 하는(즉 암묵적 지식으로 체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연구자들이 추정한 결과다. 범죄의 대가를 빼고 말하면, 이 숫자가 정말로 엄청난 시간은 아니다. 매일 연습해서 10년 동안 1만 시간을 채운다고 하면, 하루 세 시간 꼴로 연습하는 게 된다. 10년은 젊은 운동선수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훈련 경력이다. 중세 때 금세공 일을 배우는 도제에 적용해보면, 견습 기간이 7년이었으니 매일 다섯 시간 좀 못 되게 의자에 붙어 앉아 일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루 다섯 시간이면 흔히 알려진 작업장 전통과 잘 들어맞는다. 의과대학 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의들의 진을 빼는 근무 조건에 적용해보자면, 3년 이내에 1만 시간을 채울 수 있다."


* 한국어판에 '야구선수'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수정하였다.

** Daniel Levitin, This Is Your Brain on Music (New York: Dutton, 2006), 193.



quoted from Richard Sennett, The Craftsman (London: Penguin Books, 2009), 20; 172. / 리처드 세넷 지음, 김홍식 옮김, 『장인』, 21세기북스, pp.45-46; p.278.

2013. 12. 1.

『real 영국은 주말에 오픈한다』 e-Book 출간


『real 영국은 주말에 오픈한다: 캔버스에서 침실까지, 영국의 오픈 스튜디오를 가다』가 전자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작년 7월 종이책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은 정말 신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초보 작가의 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애써 주신 출판사 이봄 식구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블로그에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던 주한영국문화원, 제 책에 관심을 가져주신 언론 및 도서관 관계자 분들, 독자 및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영국의 오픈 스튜디오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저의 책을 읽고 감상평을 써 주신 분들께는 더욱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길든 짧든, 호평이든 악평이든 서평을 쓴다는 게 여간한 애정 없이는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저 역시 잘 알고 있거든요.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 블로그, SNS, 출판 관련 저널 등 다양한 매체에 남겨 주신 한 분 한 분의 귀한 글들이 제게는 날카롭고 따뜻한 격려가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이렇게나마 감사 인사드립니다.

아무쪼록 모두들 행복하시고, 저는 소중한 인연들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며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구입 후 바로 읽기가 가능한, 종이책보다 가격도 저렴한 e-Book으로, 영국의 오픈 스튜디오를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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